고대 그리스 시대를 다루는 영화를 보면 항상 긴 창과 큰 방패를 들고 열맞춰 전진하는 군대를 보게된다. 이들을 "팔랑크스"
라고 하는데, 아직까지도 보병방진을 대표하는 이름이 될 만큼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팔랑크스의 구성
팔랑크스는 "호플리테스"라 불리우는 병사들이 밀집대형으로 선 형태를 말한다. 호플리테스는 커다란 청동방패를 들고, 긴 창을 꼬나쥔 상태로 적을 향해 전진하는 병사들이다. 이들이 들고 있는 방패는 본인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왼쪽에 있는 동료를 보호하는 용도이다.
이렇게 열을 맞춰 나란히 선 다음 적을 향해 전천히 전진하는 것이다. 일단 창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적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고, 또 커다란 방패로 몸을 보호하고 있어서 공격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 정강이 부분도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공격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팔랑크스의 유일한 약점은 가장 오른쪽 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쪽은 자신을 보호해줄 옆 동료가 없기 때문에 공격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있는 곳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그리스의 팔랑크스는 가장 경험이 많고 노련한 베테랑 전사들을 가장 오른쪽에 배치했다.
또한 가장 오른쪽에 있는 병사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최대한 왼쪽으로 붙이게 된다. 이런 힘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전달이 되어, 팔랑크스가 전진을 할 때는 바로 정면으로 가기 보다는 비스듬히 전진을 하는 모습을 띄게 된다. 노련한 지휘관은 이런 팔랑크스의 오른쪽에 대한 약점을 보호하기 위해, 보통 오른쪽에 기병대를 배치하던지, 절벽이나 강을 배치해서 약점이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보완하고는 했다.
고대 그리스는 도시국가였기 때문에 도시국가끼리 전쟁도 자주 일어났었다. 이 경우 팔랑크스와 팔랑크스의 전투가 발생하는데, 이 경우 서로의 왼쪽을 노리기 위해 두 팔랑크스 부대가 마주보고 빙글빙글 도는 모습도 연출이 되었다고 한다.
이들 팔랑크스가 강력했던 이유는 높은 방어력때문이었다. 즉 '잘 안죽었다.' 대부분 그리스 도시국가의 시민들로 구성이 되어있던 이들 병사들은 평상시에 생업에 종사하다가 전쟁이 발생하면 군인으로 참여를 하게 되다보니 아무래도 전투기술 자체가 떨어지는 사람들이었다. (스파르타는 제외) 그렇기 때문에 긴 창으로 상대의 접근을 막고, 큰 방패로 몸을 보호한 채 밀집해서 붙어있었던 것이다. 이러면 전투의 승패와 관계없이 각 병사들이 죽는 불상사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실제 전투에서도 살상을 목적으로 싸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두 부대가 평원에서 서로 빙글빙글 돌면서 멀찍이서 서로 창으로 찔러대다가, 운이 나쁘면 창에 맞아 쓰러지고, 그러면 뒷사람이 그 자리를 채우고 다시 창으로 찌르는 식으로 전개가 되었다.
알렉산더 대왕의 등장으로 팔랑크스는 더욱 발전한다.
그리스 반도의 북부에 위치했던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더는 이런 팔랑크스를 더욱 발전시켰다. 일단, 창의 길이를 더욱 늘려서 적들의 접근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창을 들기 어려우니 아예 방패는 팔에 묶어버렸다. 4~5m 정도 되는 창이 빽빽하게 들어서서 적이 화살을 쏘아도 창에 걸려 후두둑 떨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방어력을 극대화 했기에 보병의 기동력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었고 특히 약점인 측면은 더욱 취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알렉산더는 이렇게 팔랑크스의 방어력을 극대화 한 다음 약점인 측면과 느린 기동력을 강력한 기병대를 통해 극복했다.
헤타이로이(hetairoi)라는 이름의 기병대는 알렉산더가 직접 육성한 정예 기병이었다. 당시는 아직 등자가 발명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기병의 파괴력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던 시대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잘 훈련된 기병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알렉산더가 주로 사용했던 전술이 "망치와 모루" 전술로, 앞에서는 고슴도치와 같은 팔랑크스 보병대가 버티는 와중에 헤타이로이 기병대가 적의 측면이나 후면을 공격하는 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한 기병의존도가 너무 높은 부분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었다. 즉 기병의 이점을 살리기 어려운 전장에서는 보병인 팔랑크스도 효과가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넓은 평원에서 진형을 짜고 전진을 해야 했기 때문에 평지에서는 거의 무적이었음에도 울퉁불퉁한 험지나 숲속, 계곡 같은 곳에서는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
이렇듯, 그리스의 팔랑크스는 사실상 고대시대의 무적 전술이라고 할 정도로 강력했지만, 또 여러가지 분명한 약점이 있던 전술이다. 그리고 그 약점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지휘관의 핵심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팔랑크스 전술은 그 후계자라 할 수 있는 로마군단에게 전승되었다. 그러나, 로마 군단이 상대해야 했던 적들은 그리스가 상대해야 했던 적들과는 특성이 달랐기 때문에, 로마 군단은 로마 나름대로의 특색있는 모습으로 발전했다. 기회가 닿으면 로마군단에 대한 이야기도 한번 나눠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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